동방견문록 ④—보석의 땅 케르만과 암흑마술을 부리는 노략꾼들

3회에서는 바그다드와 타브리즈, 페르시아의 전설을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비단과 보석의 도시 야즈드·케르만을 지나, 노략꾼이 들끓는 레오바르 평원과 교역의 요충지 호르무즈까지 이어갑니다.

이 땅들은 지금 어디인가?
야즈드와 케르만, 호르무즈는 모두 오늘날 이란 영토에 속합니다. 특히 호르무즈는 페르시아만 입구, 지금의 호르무즈 해협 일대를 가리킵니다. 카라우나스 무리의 근거지인 바다흐샨·누리스탄·카슈미르는 오늘날 아프가니스탄 북동부와 파키스탄·인도 접경 지역에 걸쳐 있습니다.


비단의 도시 야즈드에서 보석의 땅 케르만으로

페르시아의 찬란한 도시 야즈드는 상업의 중심지로, 비단 옷감이 많이 생산되고 상인들이 이를 여러 나라에 팔아 큰 이익을 얻습니다. 야즈드를 떠나면 묵어갈 곳이 세 군데뿐인 들판을 7일간 지나야 하는데, 울창한 숲에서 사냥감과 자고새를 사냥할 수 있어 상인들은 오히려 즐겁게 지나간다고 합니다. 

7일이 지나면 케르만 왕국이 나오는데, 예전에는 권력이 세습되었지만 지금은 타타르인들이 주군을 임명합니다. 이곳 산에는 튀르키예석이라 불리는 귀한 돌과 철·쇠 광산이 있고, 장인들은 재갈과 안장부터 검과 활까지 훌륭한 마구를 만들며, 부인들은 비단에 새와 나무를 수놓습니다. 또한 송골매보다 작지만 더 빠른 매가 서식해 어떤 새도 피할 수 없다고 합니다.

몰락한 도시 카마딘과 레오바르의 진귀한 짐승들

케르만에서 이틀을 내려가면 넓은 평원이 나오고 그 초입에 카마딘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크고 화려했으나 타타르인들에게 여러 차례 약탈당했습니다. 이 평원은 레오바르라 불리는데, 날씨가 덥고 대추야자와 '천국의 사과'(시트론류로 추정) 등 다른 곳에서 자라지 않는 과일이 풍부합니다. 

검은색과 흰색이 섞이고 다리와 주둥이가 붉은 특이한 자고새도 있고, 눈처럼 흰 우람한 소도 있습니다. 두 어깨 사이에 두 뼘 높이의 혹이 있어 낙타처럼 짐을 지고도 잘 일어서며, 고기 맛도 좋다고 합니다. 나귀만 한 몸집에 꼬리만 15킬로그램이 나가는 양도 등장합니다.

암흑마술을 부리는 노략꾼 카라우나스

이 평원의 도시와 마을은 대부분 두터운 방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카라우나스라 불리는 도적들로부터 주민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어머니 쪽은 인도인, 아버지 쪽은 타타르인이라 '혼혈'을 뜻하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들은 사악한 마술로 한낮에도 사람을 구분할 수 없게 7일간 어둠을 만든 뒤, 많게는 1만 명이 말을 타고 달리며 들판의 모든 것을 약탈합니다. 남자는 늙든 젊든 다 죽이고 여자는 노예로 팝니다. 마르코 폴로 경도 이 어둠 탓에 붙잡힐 뻔했으나, 주님의 은총으로 요새 마을 카노살미로 피신했습니다. 하지만 일행 중 일곱 명만 살아남았다고 전합니다.

혼혈의 수장 네고다르

이 무리의 왕은 네고다르로, 자신의 숙부이자 대칸의 형제인 차가타이의 궁정에서 대역죄를 범한 자였습니다. 그는 무자비한 대부대를 이끌고 궁정을 떠나 바다흐샨과 누리스탄, 카슈미르의 좁고 험한 길을 지나며 부하와 가축을 많이 잃었습니다. 

인도의 델리라는 나라에 이르러 강력한 주군 기야스딘 술탄에게서 수도 델리를 빼앗았고, 그때부터 부하들이 인도 여자들과 섞이며 태어난 아이들이 '카라우나스'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네고다르는 이 두려움 모르는 군대를 이끌고 다른 모든 타타르인과 전쟁을 벌였다고 합니다.

 교역의 중심지 호르무즈


남쪽으로 닷새, 험하고 위험한 긴 내리막길을 지나면 아름다운 호르무즈 평원이 나오고, 이틀을 더 가면 큰 바다가 나옵니다. 그 연안의 호르무즈는 여러 마을을 거느린 왕국의 수도이자 교역의 중심지로, 인도에서 온 상인들이 향료·보석·진주·명주실과 금실로 짠 옷감·상아를 싣고 와 짐을 내리면 세계 각지로 되팔 상인들이 몰려듭니다. 다만 외국 상인이 이곳에서 죽으면 재산이 왕에게 몰수된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대추야자와 향료를 섞어 술을 만드는데,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설사를 일으키지만 익숙해지면 몸에 좋고 살도 찌운다고 전합니다. 이곳 배는 튼튼하지 않아 자주 난파하는데, 쇠못 대신 나무줄로 판자를 엮고 송진 대신 생선 기름을 바르며, 돛대와 돛, 키가 하나씩뿐이고 갑판도 없습니다.

 살인적인 더위와 호르무즈의 생활

호르무즈 주민들은 이슬람교를 믿으며, 여름이면 도시를 떠납니다. 그냥 있으면 죽을 정도로 덥고 건강에 해롭기 때문입니다. 집 안에는 바람 쪽을 향한 환기통이 있어 그나마 견딜 만하고, 뜨거운 모래바람이 불어오면 목까지 물에 뛰어들어야 살 수 있습니다. 

5월부터는 대추야자 외에 모든 것이 말라붙어 녹색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누군가 죽으면 4년 동안 성대한 장례를 치르는데, 사람이 워낙 자주 죽다 보니 거의 늘 상을 치르는 셈이라고 전합니다. 호르무즈에서 케르만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자연 온천이 있어 피부병 치료에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 잠시, 멈춰서서

한 챕터 안에 보석과 매, 흉포한 노략꾼과 혹독한 더위가 뒤섞여 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특히 카라우나스 이야기는 마르코 폴로 자신이 직접 쫓기고 도망쳤다는 경험담이라 다른 챕터보다 생생하게 읽혔고, 호르무즈의 더위와 잦은 장례 이야기에서는 고된 여정의 그림자도 느껴집니다. 

다음 편에서는 '고통스럽고 황량한 길'을 지나 산중 노인의 이야기로 이어가겠습니다.

참고 자료: 마르코 폴로·루스티켈로 다 피사, [동방견문록], 윤진 옮김,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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