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견문록 ①—베네치아의 두 형제, 마르코 폴로의 길을 열다

1250년대, 베네치아의 상인 니콜로와 마페오 형제가 장사를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전쟁으로 귀향길이 막힌 두 사람은 더 먼 동방으로 향했고, 마침내 대칸의 궁정에 이르렀습니다.
첫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니콜로는 열다섯 살 아들 마르코와 다시 길을 떠납니다. 훗날 ‘마르코 폴로’라는 이름을 역사에 남긴 긴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장사를 위해 떠난 길

보두앵 황제가 콘스탄티노플을 다스리던 1250년대, 마르코 폴로의 아버지 니콜로와 삼촌 마페오는 상거래를 위해 베네치아를 떠났습니다. 콘스탄티노플에서 구입한 보석을 들고 수다크로 향한 형제는 그곳에서 멈추지 않고 더 멀리 가보기로 합니다.

오랫동안 말을 달려 사라이와 볼가르에 있던 타타르의 주군 베르케 칸을 찾아갔고, 칸은 형제를 반갑게 맞으며 그들이 바친 보석 값의 두 배를 돌려주었습니다. 순조로운 시작이었지만, 형제가 그곳에 머문 지 1년쯤 되었을 때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돌아갈 수 없어 더 먼 동쪽으로

베르케 칸과 레반트 타타르의 주군 훌라구 칸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고, 베르케 칸이 패했습니다. 포로가 될 위험 때문에 왔던 길로 돌아갈 수 없었던 형제는 베르케 칸의 왕국 끝에 있는 우베크까지 나아가 볼가강을 건넜습니다. 이어 마을 하나 보이지 않는 사막을 17일 동안 지나 거대한 도시 부하라에 도착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었던 두 사람은 그곳에서 3년을 머물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훌라구 칸이 대칸에게 보내는 사신들을 만납니다. 사신들은 라틴 사람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대칸이 형제를 만나고 싶어 할 것이라며 동행을 권했습니다.

형제는 사신들과 함께 1년 동안 북북동으로 나아간 끝에 대칸을 만났습니다. 대칸은 황제의 통치 방식과 정의, 전쟁, 교황과 로마 교회의 풍습까지 자세히 물었고, 두 사람의 대답에 크게 만족했습니다.

그는 교황에게 학자 100명을 보내 달라는 서한과 예루살렘 성묘의 등잔 기름을 가져오라는 임무를 맡겼습니다. 어디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금패도 내주었습니다. 상인으로 떠났던 형제는 이제 대칸의 사신이 되어 서쪽으로 향했습니다.

베네치아에서 만난 열다섯 살 아들

험한 날씨와 강, 병든 동행 신하 때문에 소아르메니아의 라이아스까지 가는 데만 3년이 걸렸습니다. 1269년 4월 아크레에 도착한 형제는 교황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교황 특사는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고, 두 사람은 그동안 베네치아에 다녀오기로 합니다.

고향에 도착한 니콜로는 아내가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마르코라는 열다섯 살 아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버지가 먼 타국을 떠도는 동안 태어나 자란 아이였습니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2년을 기다려도 새 교황 소식이 없자 형제는 마르코를 데리고 다시 아크레로 향했습니다. 라이아스에 이르렀을 때, 교황 특사가 그레고리오 10세로 선출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습니다.

새 교황은 이들을 환대하고 도미니코회 수도사 두 명을 동행시켰으며, 타타르 땅에서 교황을 대리할 전권을 담은 서임장도 내주었습니다. 그러나 소아르메니아에 이르렀을 때 이집트 술탄 바이바르스가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습니다. 겁에 질린 수도사들은 교황의 서한만 넘긴 채 돌아갔고, 길에는 니콜로와 마페오, 젊은 마르코만 남았습니다.

마르코 폴로라 불리기까지

세 사람은 겨울과 여름을 가리지 않고 길을 재촉해 3년 반 만에 대칸의 도시 산두에 도착했습니다. 니콜로가 마르코를 “제 아들이자 폐하의 신하입니다”라고 소개하자 대칸은 “환영하노라!”라며 반겼습니다.

마르코는 타타르의 말과 글, 활쏘기를 빠르게 익혔습니다. 첫 사신 임무에서는 맡은 보고뿐 아니라 길에서 보고 들은 신기한 견문까지 자세히 전해 대칸을 감탄시켰습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마르코 폴로 경’이라 불렀습니다.

이후 17년 동안 대칸의 사신으로 여러 지역을 다닌 마르코는 아르군 칸에게 시집갈 코카친 공주를 뱃길로 호송하는 임무까지 맡았습니다. 그 여정을 마친 뒤인 1295년, 마르코는 아버지와 숙부를 따라 마침내 베네치아 땅을 다시 밟았습니다.

👣 잠시 멈춰 서서

니콜로와 마페오는 처음부터 먼 동방까지 가려던 탐험가가 아니었습니다. 장사를 하러 떠났다가 전쟁으로 귀향길이 막혔고, 어쩔 수 없이 택한 길에서 대칸의 사신들을 만났습니다. 그 우연들이 이어지지 않았다면 마르코도 동방으로 떠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나는 돌아갈 길을 잃었던 두 형제를 잠시 생각해봅니다. 길이 막혔다고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말을 돌려 나아간 방향에서 새로운 길이 열렸고, 그 길은 한 사람의 25년 가까운 여정과 한 권의 책으로 남았습니다.

오래전에 읽고 지나갔던 《동방견문록》을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고 한 줄씩 따라가 보려 합니다. 다음 글부터는 마르코가 직접 보고 들었다고 전한 낯선 세계로 들어가겠습니다.

참고 자료: 마르코 폴로, 루스티겔로 다 피사, [동방견문록], 윤진 옮김,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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