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동방견문록 ⑦—파미르 고원과 사마르칸트 돌기둥의 기적
6회에서는 소금산이 있는 탈로칸을 지나 붉은 보석의 나라 바다흐샨까지 따라갔습니다. 이번 7회에서는 마법의 땅 카슈미르 이야기로 시작해, 세상에서 가장 높다는 파미르 고원을 지나 사마르칸트의 돌기둥 기적과 위텐의 이상한 풍습까지 만나 봅니다.
이 땅들은 지금 어디인가?
책의 각주에 따르면 카슈가르는 오늘날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서쪽 끝 지역이고, 사마르칸트는 우즈베키스탄의 도시로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의 중심이었습니다. 파미르 고원은 평균 해발 고도가 4,000미터이고 7,000미터에 이르는 봉우리도 있습니다. 책에 현대 위치가 나와 있지 않은 야르칸드와 코탄은 오늘날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남부의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법과 주술의 땅, 카슈미르
카슈미르는 기후가 온화하고 도시와 마을이 많은 곳입니다. 숲과 사막 때문에 접근이 어려워서 주민들은 침략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곳 사람들은 우상을 숭배하고 마법과 주술에 능합니다. 의견을 구할 일이 있으면 우상으로 하여금 말하게 해 답을 얻고, 날씨를 바꾸거나 하늘을 어둡게 만드는 기적을 행한다고 마르코 폴로는 적었습니다. 외진 곳에서 정결하게 은둔 생활을 하는 이들은 성자로 여겨지고 굉장히 오래 산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유럽에서 가져온 산호가 그 어디에서보다 비싼 값에 팔립니다.
마르코 폴로는 인도에는 나중에 갈 것이라며, 먼저 바다흐샨 쪽으로 되돌아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 파미르 고원
바다흐샨에서 북북동으로 말을 타고 보름쯤 가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할 만한 산악 지대에 이릅니다. 두 개의 산 사이 고원에는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목초지가 있어서, 비쩍 마른 동물도 열흘이면 살이 붙는다고 합니다.
여섯 뼘이나 되는 뿔을 가진 큰 양도 있는데, 양치기들은 이 뿔을 먹을 것을 담는 사발로 쓰고 가축을 가두는 울타리도 만듭니다. 각주에 따르면 이 동물은 오늘날 '오비스 폴리', 곧 '폴로의 양'이라 불립니다.
불도 밝지 않는 추위와 40일의 길
파미르 고원을 지난 뒤에는 12일 동안 사람이 사는 집도 묵어 갈 만한 곳도 없어서 식량을 가져가야 합니다. 너무 높고 추워서 새들도 살지 않고, 불을 피워도 그리 밝지 않으며 불길이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아 음식을 익히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거의 40여 일 동안 아무도 없는 산과 언덕, 계곡을 지나 높고 많은 강을 건너야 발루리스탄에 이릅니다. 그곳 사람들은 산속에 흩어져 살며 우상을 숭배하고 사냥한 것만 먹는데, 마르코 폴로는 매우 야만적이라며 경계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주춧돌을 돌려 달라는 요구, 사마르칸트
카슈가르를 지나면 대칸의 조카가 다스리는 큰 도시 사마르칸트가 나옵니다. 각주는 이 조카를 카이두라고 설명합니다. 마르코 폴로가 전하는 기적은 이렇습니다. 차가타이 칸이 기독교로 개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기독교인들은 세례 요한을 기념하는 큰 교회를 지으며 무슬림 소유의 아름다운 돌을 가져와 둥근 천장을 지탱하는 기둥의 주춧돌로 삼았습니다.
차가타이가 죽자 무슬림들은 돌을 돌려받겠다고 나섰고, 수가 기독교인의 열 배나 되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보상으로 많은 돈을 내놓겠다고 해도 무슬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다툼은 주군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주군은 사흘 안에 돈을 주든 돌을 돌려주든 합의하라고 명했습니다.
주춧돌 없이 서 있는 기둥
돌이 빠지면 교회가 무너지리라는 것을 아는 무슬림들은 무조건 돌을 돌려받겠다고 했고,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파괴되지 않도록 예수 그리스도에게 기도했습니다.
사흘째 아침, 돌이 빠져나왔는데도 기둥은 전과 다름없이 굳건하게 천장을 지탱했습니다. 기둥과 바닥 사이에는 세 뼘쯤 빈 공간이 남았고, 무슬림들은 돌을 되찾아 갈 수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엄청난 실망이었지만 기독교인들에게는 커다란 기적이었다고 마르코 폴로는 전합니다. 다만 각주는 차가타이 칸의 개종이 마르코 폴로의 주장과 달리 역사적 사실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힙니다.
이상한 풍습의 땅, 위텐
닷새에 걸쳐 야르칸드와 코탄을 지나면 위텐 지방에 이릅니다. 세 곳 모두 투르키스탄에 속하고 주민들은 마호메트를 숭배하며 대칸의 지배를 받습니다. 위텐이 수도이고, 강에는 벽옥과 옥수가 떠내려오며 특히 목화가 많습니다. 주민들은 상업과 수공업으로 살아갑니다.
마르코 폴로는 매우 이상한 풍습 한 가지를 전합니다. 남편이 20일 넘게 길을 떠나 집을 비워야 하면 아내는 다른 남편을 맞아들여 원래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같이 살 수 있고, 남자들도 어딜 가든 마음대로 다른 아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잠시, 멈춰서서
이번 구간에서 오래 머문 곳은 파미르 고원이었습니다. 높은 고원에는 비쩍 마른 동물도 열흘이면 살이 붙는 좋은 목초지가 있는데, 그 고원을 지나면 12일 동안 집 한 채 없는 길이 이어진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불을 피워도 밝지 않고 음식이 잘 익지 않는다는 대목에서는, 마르코 폴로가 얼마나 높고 추운 길을 지나왔는지 짐작이 됩니다.
사마르칸트의 기적 이야기에는 차가타이 칸의 개종이 역사적 사실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각주가 달려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책 속 이야기와 기록된 역사 사이의 거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차르찬과 고비 사막 이야기를 만나 보려고 합니다.
참고자료
마르코 폴로·루스티켈로 다 피사, 《동방견문록》, 윤진 옮김,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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