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견문록 ⑥—소금산과 붉은 보석의 나라 바다흐샨으로
5회에서는 산중 노인의 정원 이야기를 지나 발흐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6회에서는 발흐를 지나 소금산이 있는 탈로칸을 거쳐, 붉은 보석 발라시가 나는 바다흐샨에 닿기까지를 따라가 봅니다. 소금, 포도주, 고슴도치 사냥 같은 길 위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 땅들은 지금 어디인가?
탈로칸은 책의 각주에 따르면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에 있습니다. 바다흐샨은 힌두쿠시 산맥 북쪽, 지금의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에 걸쳐 있는 지역입니다. 이시카심은 책에 현대 위치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번 여정 보기
책은 말을 타고 12일을 가면 탈로칸이 나온다고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사흘을 더 가면 과일나무와 포도나무가 많은 지방이 있고, 다시 사흘을 가면 이시카심 근처에 이릅니다. 그곳에서 사흘을 더 가면 바다흐샨입니다.
소금으로 된 산, 탈로칸
말을 타고 12일을 가면 커다란 곡물 시장이 열리는 탈로칸이라는 마을이 나옵니다. 남쪽의 산들은 모두 소금으로 되어 있는데, 품질이 워낙 좋아서 30일이나 걸리는 먼 곳에서도 사람들이 구하러 옵니다.
너무 단단해서 커다란 쇠 곡괭이로 파내야 하고, 양이 얼마나 많은지 온 세상 사람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먹어도 충분할 정도라고 마르코 폴로는 적었습니다.
포도주와 가죽옷의 땅
탈로칸에서 동북동으로 사흘을 더 가면 과일나무와 포도나무가 많은 아름다운 지방에 닿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포도를 끓여 포도주를 만듭니다.
옷은 자신들이 사냥한 짐승의 가죽뿐이어서, 누구든 필요한 가죽을 스스로 마련해 신발과 옷을 지어 입습니다.
몸을 말아 버티는 고슴도치, 흙바위 동굴에 사는 농부들
다시 사흘을 더 가면 이시카심이라는 도시 근처에 이릅니다. 이곳에는 고슴도치가 많아서, 잡을 때는 개를 풀어놓습니다. 그러면 고슴도치들이 한데 모여 몸을 둥글게 말고 등의 가시를 곤두세워 사냥개들이 심한 상처를 입는다고 합니다. 각주에는 "고슴도치가 가시를 쏜다"는 식의 번역이 흔하지만 잘못된 번역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습니다.
이 지역 농부들은 산에 있는 흙바위에 널찍한 동굴을 파고 그 속에서 삽니다. 여기서 사흘을 더 가면 바다흐샨이라는 나라가 나옵니다.
알렉산드로스의 후예들의 나라
바다흐샨 사람들은 고유의 언어를 쓰고 마호메트를 숭배하며, 주군의 지위는 세습됩니다. 왕가의 혈통은 페르시아 주군이었던 다리우스의 딸과 알렉산드로스에서 이어져 내려온다고 합니다. 5회의 발흐에서 알렉산드로스가 다리우스의 딸과 결혼했다는 전승을 전했는데, 그 이야기가 이곳 왕가의 뿌리와 이어지는 셈입니다.
이 지역 왕들은 모두 알렉산드로스를 가리키는 '줄카르나인'이라는 칭호를 쓰는데, 그를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각주에 따르면 아랍어로 '뿔 두 개 달린 자'라는 뜻이고 『코란』에도 나오는 이름입니다.
왕이 독점하는 붉은 보석 발라시
이 지방에서는 '발라시'라고 불리는 값비싸고 귀한 루비가 납니다. 시키난이라는 산의 허리 쪽에 은광을 파듯 깊은 갱도를 파고 들어가면 이 보석을 찾을 수 있습니다. 보석에 대한 독점권은 왕에게 있어서, 누구든 가지려 했다가는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왕은 보석을 모두 모아 조공을 바치거나 우정을 표해야 하는 다른 왕들에게 보내고, 금이나 은을 받고 팔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발라시는 늘 귀하고 비싼 가치를 유지하는데, 모두가 캘 수 있다면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이고 그 가치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마르코 폴로는 설명합니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마르코 폴로가 루비라고 부른 이 붉은 보석은 오늘날 보석학에서는 루비와 구별되는 '붉은 스피넬'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책 속의 '발라시'라는 이름은 바다흐샨의 옛 이름 '발라산'에서 나왔습니다.
부유한 나라, 궁수들의 나라
바다흐샨은 매우 부유한 나라입니다. 같은 산에서는 청금석도 캐내고, 다른 곳에는 은광도 많습니다. 편자도 박지 않고 험한 산길을 놀랍도록 빨리 달리는 훌륭한 말이 있고, 밀이 많이 나며 보리는 껍질이 없어서 겨를 벗겨 내지 않아도 됩니다. 올리브 나무가 자라지 않아서 깨와 호두에서 기름을 짭니다.
사람들은 모두 뛰어난 궁수이자 훌륭한 사냥꾼이고, 대부분 짐승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습니다. 지위가 아주 높은 소수의 부인들만 옷감으로 지은 옷을 입는데, 엉덩이가 불룩하게 보이도록 거의 30브라스 길이의 면포로 만든 바지를 입습니다. 각주에 따르면 브라스는 약 1미터 60센티미터에 해당하는 옛 길이 단위인데, 그곳에서는 이것이 아름다움의 징표라고 합니다.
잠시, 멈춰서서
이번 구간에서 오래 머문 곳은 탈로칸의 소금산이었습니다. 온 세상 사람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먹어도 남을 만큼 소금이 많다는 대목을 읽다가, 처음 김치를 담갔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담그는 법을 몰라 소금을 넣지 않았고, 그 김치는 끝내 먹지 못했습니다. 소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알았습니다.
그런 소금이 산들을 이룰 만큼 흔하다는 이야기와, 바다흐샨에서는 루비를 왕이 독점해서 값이 유지된다는 이야기가 나란히 놓여 있어 더 흥미로웠습니다. 마르코 폴로가 모든 사람이 캘 수 있다면 그 값을 잃을 것이라고 풀어 쓴 대목은, 지금 읽어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처음 읽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문장들이, 이렇게 하나씩 짚어 보니 제각기 이야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카슈미르와 바다흐샨의 큰 강 이야기를 만나 보려고 합니다.
참고자료
마르코 폴로·루스티켈로 다 피사,《동방견문록》, 윤진 옮김, 비룡소,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