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견문록 ⑤—물 없는 사막길 끝에서 만난 산중 노인의 비밀 정원
4회에서는 호르무즈의 더위와 장례 풍습까지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케르만을 다시 떠나 사막을 건너고, 산중 노인의 비밀 정원 이야기를 지나 발흐에 이르기까지를 따라가 봅니다. 마실 물조차 귀한 사막길에서 시작해, 천국이라 불린 정원의 전설과 멜론으로 이름난 사푸르간까지 길 위의 풍경을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이 땅들은 지금 어디인가?
케르만 이후의 사막길과 쿠바난, 투네카인은 오늘날 이란 동부 지방으로 짐작됩니다. 산중 노인의 정원은 책의 각주에서 이란의 알라무트 성채로 추정하고, 사푸르간과 발흐는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에 속합니다.
물이 독이 되는 사막길
케르만을 떠나면 아주 험한 길이 시작됩니다. 사흘 동안은 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있다 해도 맛이 쓰고 짠 초록색 물이라 잘못 마시면 심한 설사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길을 지나는 사람은 마실 물을 따로 챙겨 가야 하는데, 목마른 짐승들이 자꾸 물을 찾는 바람에 늘 모자랐습니다.
결국 나쁜 물을 먹일 수밖에 없었고, 지독한 설사를 하거나 죽는 짐승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사흘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메마른 사막입니다. 사람 사는 집도 먹을 것도 없어서 동물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고 마르코 폴로는 적었습니다.
쿠바난, 거울과 안약을 만드는 도시
사막을 지나 케르만 왕국의 경계에 있는 쿠바난에 닿으면, 그곳에서 캐낸 광물로 아주 아름다운 거울을 만듭니다. 안약을 만드는 투티도 스포디움과 함께 이곳에서 나옵니다. 각주에 따르면 투티는 산화아연이고, 스포디움은 그것을 태우고 남은 찌꺼기로 유리를 만들 때 쓰입니다.
마르코 폴로는 제조법도 적어 두었습니다. 아주 뜨겁게 달군 화덕에 광석을 넣고 올라오는 증기를 위에 설치한 석쇠에 가라앉히면, 석쇠에 앉은 것이 투티이고 불 속에 남은 것이 스포디움입니다. 험한 길 끝에서 만나는 공업의 도시였습니다.
홀로 선 나무와 투네카인
쿠바난을 지나면 건너는 데 8일이 걸리는 사막이 또 나옵니다. 나무도 열매도 없고 물까지 나빠서 먹고 마실 것을 모두 지니고 가야 합니다. 8일 뒤 페르시아 북쪽 경계의 투네카인에 닿으면, 거대한 평원 한가운데 키 크고 굵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홀로 있는 나무', 우리가 '시든 나무'라 부르는 것입니다.
껍질은 한쪽이 녹색이고 다른 쪽은 하얗고, 목재는 노랗고 단단하며, 근처에 다른 나무는 없습니다. 주민들은 알렉산드로스와 다리우스가 싸운 전투가 바로 이곳에서 벌어졌다고 말합니다. 기후가 온화해 부족한 것이 없고, 사람들은 잘생겼으며 특히 여자들이 보기 드물게 아름답다고 합니다.
산중 노인의 비밀 정원
이 대목은 마르코 폴로가 여러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옛날 물레트라는 곳의 산속에 알라아딘이라는 노인이 살았는데, 두 산 사이 계곡에 세상 어느 정원보다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고, 금으로 장식한 궁전과 저택이 늘어섰으며, 샘에서는 술과 우유, 꿀과 물이 흘렀습니다.
아름다운 여인들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며 춤을 췄습니다. 노인은 이곳이 천국이라고 했는데, 마호메트가 말한 천국의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이 정원에는 노인이 용사로 키우는 젊은이들만 들어갈 수 있었고, 단 하나의 출입구는 누구도 함락시킬 수 없는 견고한 성채가 지키고 있었습니다.
천국에서 돌아온 젊은 용사들
노인은 열두 살쯤 된 아이들을 용사로 키웠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잠드는 묘약을 먹여 정원으로 데려가면, 깨어난 이들은 정말 천국에 와 있다고 믿고 떠날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습니다. 노인이 누군가를 없애려 할 때는 젊은이들을 보냈다가 돌아오면 다시 묘약을 먹여 궁전으로 데려왔고, 천국이 아니라는 것을 안 젊은이들은 크게 실망해 노인 앞에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노인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천사를 보내 천국으로 데려가겠다고, 죽더라도 천사들이 안아 옮겨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들은 위험을 개의치 않고 명령을 따랐고, 이웃 나라 주군들은 두려워서 공물을 바쳤습니다. 마침내 훌라구가 대군을 보내 성채를 공격했지만 공성전은 3년이나 이어졌고, 식량이 바닥나서야 노인과 부하들은 모두 잡혀 죽임을 당했다고 합니다.
멜론의 도시 사푸르간과 쇠락한 발흐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길을 가면, 엿새 동안 아름다운 들판과 방목장, 과실수로 덮인 언덕길이 이어집니다. 사막이 나와도 90킬로미터를 넘지 않을 만큼 풍요로운 땅입니다. 이어 닿는 사푸르간은 모든 것이 풍부하고, 특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멜론이 자랍니다. 멜론을 가죽끈처럼 가늘게 저며 햇볕에 말리면 꿀처럼 달아져서 나라 곳곳에 팔렸습니다.
그다음 발흐는 예전에는 훨씬 아름다웠지만 타타르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많이 손상된 큰 도시입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궁전과 대리석 집이 남아 있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다리우스의 딸과 이곳에서 결혼했다고 전해집니다. 발흐는 페르시아 최변방의 도시로, 그 너머로는 레반트 타타르 주군의 권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동북동으로 12일을 더 가도 마을을 볼 수 없는데, 도적과 군대의 노략질을 피해 사람들이 산속 요새지로 숨어 살기 때문입니다.
잠시, 멈춰서서
이번 구간에서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산중 노인의 정원이었습니다. 천국을 옮겨 놓은 듯한 곳에서 깨어난 젊은이들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하나로 어떤 명령이든 따랐다는 대목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마르코 폴로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밝혀 두어서, 사실과 전설의 경계가 더 묘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실 물조차 없던 사막길 바로 뒤에 술과 우유가 흐르는 정원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소금산과 바다흐샨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참고자료
마르코 폴로·루스티켈로 다 피사, 《동방견문록》, 윤진 옮김,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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